뇌까지 가는 콩단백질, 기억력 감퇴 막는다




알츠하이머 치매 생쥐의 기억력 저하 완화시켜

2020062200395_0_20200622133903033.jpg?type=w647깍지 속에 들어있는 풋콩. 일본 연구진이 콩의 한 단백질 성분이 치매로 인한 기억력 감퇴를 완화할 수 있음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했다./일 규슈대

콩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기억력 감퇴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직 동물실험 단계이지만 연구가 발전하면 식품으로도 치매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일본 규슈대의 토시로 마츠이 교수 연구진은 지난 19일 네이처출판그룹이 발간하는 학술지 ‘npj 식품과학’에 “뇌로 전달되는 콩 단백질 성분이 생쥐의 기억력 퇴화를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콩에서 추출한 디펩타이드에 주목했다. 디펩타이드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두 개 결합한 형태를 말한다. 앞서 연구진은 티로신(Tyr)과 프롤린(Pro) 아미노산이 결합한 디펩타이드가 다른 단백질 성분과 달리 뇌까지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뇌에는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 혈뇌장벽(血腦障壁·Blood Brain Barrier)이 있다. 산소나 영양분은 혈관에서 뇌로 가지만, 그보다 큰 단백질 등은 혈관을 둘러싼 내피세포라는 장벽에 막혀 뇌로 가지 못한다.

마츠이 교수는 “앞서 연구로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디펩타이드를 처음으로 찾았다면, 이번 연구는 이 디펩타이드가 생쥐의 기억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였다”고 밝혔다.

뇌장벽 통과하는 유일한 콩 단백질


연구진은 생쥐에게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투여해 뇌기능 저하를 유도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 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이 생쥐들에게는 몸무게 1kg당 100㎎씩 16일 동안 티로신-프롤린 펩타이드를 먹였다.

단기 기억력을 알아보는 미로(迷路) 시험에서 콩 단백질 성분을 섭취한 치매 생쥐는 다른 치매 생쥐보다 미로를 더 많이 탐색하는 성향을 보였다. 이는 단기 기억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두 집단 모두 정상 생쥐보다는 기억력이 떨어졌지만, 최소한 콩 단백질 성분으로 치매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어두운 곳에 가면 전기충격을 주는 실험을 했다. 장기 기억력이 좋으면 생쥐가 밝은 곳을 더 찾는다. 이번 실험에서도 콩 단백질 성분을 섭취한 치매 생쥐가 일반 치매 생쥐보다 뛰어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마츠이 교수는 “인간에도 같은 효과가 있는지 연구를 해야 하지만, 이번 연구로 기억력 퇴화를 막거나 심지어 기억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능성 식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갔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