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로 뇌암 치료





이집트 숲 모기에 물린 임산부가 아이를 낳게 되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돼 뇌의 크기가 작아지는 소두증을 일으키게 된다.

뇌의 발달 과정에서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적게 증식되거나 세포가 과도하게 사멸되면서 발생하는 기형적 증상이다. 그런데 지난 2017년 과학자들이 지카 바이러스를 활용, 뇌암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뇌암을 타깃으로 해 종양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 그리고 최근 과학자들은 분자학적인 열쇠(molecular key) ‘αvβ5’를 이용해 뇌세포에 지카 바이러스를 침투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집트 숲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지카 바이러스를 이용해 난치병인 뇌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세포막에서 뇌암 세포만 골라서 공격하게 하는 물질을 발견했다. ⓒhealth.usf.edu

이집트 숲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지카 바이러스를 이용해 난치병인 뇌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세포막에서 뇌암 세포만 골라서 공격하게 하는 물질을 발견했다. ⓒhealth.usf.edu

종양 세포만 골라서 파괴할 수 있어    

그리고 지금 과학자들은 지카 바이러스를 유전자 편집해 건강한 뇌세포를 건드리지 않고 뇌암 세포만 골라 소멸시키는 방안을 찾아냈다.

20일 ‘라이브 사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수년 간의 노력으로 지카 바이러스를 통해 뇌암을 치료하려는 의료계의 시도가 최근 큰 결실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의료계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주목한 것은 기존의 방식으로 뇌암 치료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흔하면서 악성 종양인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의 경우 정상적인 뇌세포를 줄기세포로 변화시켜 무한정 분열을 거듭하는데 이로 인해 수많은 환자들의 수명이 평균 20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일시적으로 차도가 있다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시기에 또다시 종양이 커지면서 12개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기존의 치료방식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16일 ‘셀 스템 셀(Cell Stem Cell)’과 ‘셀 리포츠(Cell Reports)’ 지에 지카 바이러스로 뇌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논문이 잇따라 게재됐다.

‘셀 스템 셀’ 지에 게재된 논문 제목은 ‘Zika Virus Targets Glioblastoma Stem Cells through a SOX2-Integrin αvβ5 Axis’이다.

이 논문은 지카 바이러스가 종양 속으로 들어가 세포를 파괴할 수 있게 하는 열쇠 역할을 하는 물질 ‘αvβ5’를 찾아냈으며, 이 물질을 이용해 종양 세포만 골라 파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셀 리포츠’ 지에 게재된 논문 제목은 ‘Integrin αvβ5 Internalizes Zika Virus during Neural Stem Cells Infection and Provides a Promising Target for Antiviral Therapy’이다.

이 논문 역시 열쇠 역할을 하는 ‘αvβ5’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에서  ‘αvβ5’ 생성을 돕는 유전자를 제거해 지카 바이러스의 활동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αvβ5’ 생성시키는 유전자도 발견    

숲 모기에 물린 임산부는 지카 바이러스를 태아에 감염시킬 수 있는데 그럴 경우 뇌세포를 파괴해 기형적 소두증을 유발할 수 있다.

리치 박사 연구팀은 지카 바이러스의 이런 성질을 뇌종양 세포에 적용했다. 지난 2017년 동물 실험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가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교모세포종에 침투해 성장을 막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지카 바이러스가 어떤 식으로 교모세포종을 파괴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밝혀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진은 최근 지카 바이러스 표면을 스캔해 그곳에 다양한 종류의 인테그린(integrins)이 분포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테그린이란 세포 간 결합에 관련된 분자로 세포 내에서 신호를 전달하고 전달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종류에 따라 세포 주기의 조절, 세포 내 골격의 조직화, 새롭게 생성된 수용체를 세포막으로 이동시키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연구 결과 지카 바이러스는 세포막 위에 분포돼 있는 인테그린 중 하나를 이용해 타깃이 되고 있는 세포에 달라붙어 그 안으로 들어가 목표한 대로 뇌세포를 소멸시키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연구팀은 다양한 종류의 지카 바이러스를 투입해 어떤 인테그린이 뇌세포를 뚫고 들어가는 것을 돕고 있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αvβ5’라 불리는 인테그린이다.

‘αvβ5’는 지카 바이러스가 뇌세포를 뚫고 들어가 세포를 파괴하게 할 수 있는 열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αvβ5’는 ‘αv’과 ‘β5’의 합성 물질이다. 이 두 물질은 지카 바이러스로 하여금 정상적인 뇌세포와 종양 세포를 구분할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특히 ‘β5’는 암세포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종양이 도발적으로 증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었다. 따라서 지카 바이러스는 ‘β5’가 발견되는 암세포를 만나면 정상적인 세포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리치 박사는 “지카 바이러스의 이런 성질을 이용해 빠른 시간 안에 암세포를 소멸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논문은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에 의해 수행됐다. 첫 번째 논문과 다른 점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αvβ5’를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논문 주저자인 태릭 래너(Tariq Rana) 교수는 “유전자편집 기술을 통해 뇌종양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