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줄리아 투자노트]]

“공부 좀 해라.” 기성세대가 자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또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했던 또는 하는 말일 것이다.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업이나 직장을 얻어 잘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이런 ‘공부=성공’이란 고정관념이 최근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의류 쇼핑몰을 만들거나 유튜버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거나 인스타그램에서 인지도를 높여 사업에 활용하는 등으로 학벌과 상관없이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보다 공부 못하는 열등생에게 사회에 나가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이 더 많다는 주장도 있다. 냄비 등이 눌러 붙지 않도록 코팅 재료를 공급하는 GMM 논스틱 코팅스의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래빈 간디(Ravin Gandhi)는 자신이 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했으나 성공했다며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가진 성공 DNA를 분석했다. 

간디가 미국의 경제채널 CNBC에 기고한 ‘내가 바로 공부를 못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라는 글을 토대로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정리했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1. 취미를 활용해 돈을 번다=간디는 고등학교 때 대부분의 과목이 C나 D였고 F도 있었다. A는 체육과 사진술 같이 학문과 별 상관이 없는 과목이었다. 그는 공부를 하지 않는 대신 자신의 취미와 관련한 소소한 돈벌이에 골몰했다. 군복이나 야구 카드, 중국 스타들의 사진 등을 팔아 돈을 버는 식이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영업과 매출, 이익, 운전자본, 재고관리 등의 개념을 익혔다.

공부에 별 관심이 없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사업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프랑스 로레알그룹에 6000억원에 팔린 스타일난다의 창업자 김소희는 자신이 입고 있는 재킷이 예쁘다며 중고라도 사고 싶다는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인터넷에서 옷을 팔기 시작한 것이 대박이 났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들도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통해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 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2. 불확실성에 익숙하다=간디는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어 시험이 언제인지도 몰랐다. 그는 시험 당일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문제를 풀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불완전한 지식으로 추론 능력을 발휘해 문제를 푸는 것이다. 간디는 이 능력이 사업할 때 매우 요긴하다고 설명했다. 현실 세계에서 필요한 정보를 모두 갖추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3.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아이들이 집에서,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공부하라”는 것인데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은 그만큼 고집이 세다는 뜻이다. 간디는 이 고집이 사업 할 때 긍정적인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기 힘들다고 뜯어 말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사업을 시작해 키워냈기 때문이다. 리더는 남의 말을 잘 듣고 소통을 잘해야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로서 고집스럽게 밀어붙여야 하는 일도 있다.

4. 위험을 감수할 줄 안다=간디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안 했을 뿐만 아니라 종종 교칙을 어기고 장난도 쳤다. 그는 그 때마다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또 고등학교 때 했던 이런 행동이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지금도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등 위험을 감수할 때 흥분을 느낀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때 위험을 감수하는 담력을 훈련한 셈이다.

반면 공부 잘하는 모범생은 어른이 하지 말라는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주어진 공부와 역할에 충실한 안정지향적 성향이 강한 측면이 있다. 위험을 지고 사업이나 투자를 하기보다 전문직종에 종사하거나 큰 조직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살기를 원한다.

5.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쓴다=간디는 성적이 나빠 종종 선생님과 상담을 해야 했다. 그로선 자신이 왜 공부를 안 하는지, 왜 성적이 나쁜지 선생님이 이해하도록 잘 설명하는게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우선 선생님 표정을 살펴가며 선생님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했다. 선생님의 심중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 다음엔 자기 입장을 변명해야 했는데 선생님이 납득하도록 스토리를 그럴 듯하게 만들어 잘 말하는 것이 필요했다. 

간디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재빨리 분위기를 파악해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이 경쟁력 있는 영업사원과 CEO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부를 잘하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다 떠받들기 때문에 남들이 자기 처지를 잘 이해하도록 스토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6. 사람들의 반응이 동기부여가 아니다=공부 잘하는 모범생은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받고 이 칭찬은 다시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자극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반면 공부를 못하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이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 

간디는 사업할 때 이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오너는 회사 내에 자신을 칭찬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오너는 언제나 자신이 직원들을 칭찬해주고 공감해줘야 하는 입장이다. 공부를 못했던 사람은 칭찬을 동기부여로 삼지 않았기 때문에 칭찬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일하는데 능하다.

7. 외운 정보는 지식이 아니다=시험 점수를 잘 받으려면 주어진 범위 내에 있는 주요 내용을 암기해야 한다. 수학조차 문제 유형별로 푸는 공식을 달달 외워야 정해진 시간 내에 정답을 많이 맞춰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간디는 이처럼 정보를 단순 암기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진짜 지식이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간디는 자기 회사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직원 중에는 학벌이 좋지 않지만 실질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지식과 깊은 지혜를 가진 인물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8. 결국 무엇인가는 미친 듯이 열심히 해야 한다=간디는 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지 못해 간신히 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학에 가서는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받았다. 그는 좋은 성적이 지성과 절제력, 집중력, 성실성 등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실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부를 못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 어느 순간에 어떤 일에 대해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최대한의 성실성과 집중력, 근면성을 발휘해야 성공할 수 있다. 간디는 고등학교 때처럼 대학교 때도 공부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인생은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디와 달리 대학 때도 공부를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부 외에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다른 무엇인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 또는 열심히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다. 공부가 아니더라도 성실하게, 열심히 자신을 쏟아붓는 일이 있느냐, 없느냐다.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shkw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