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변이에도 효능 유지”…韓 제넥신·진원생명 백신 ‘T세포’ 주목







전 세계 ‘백신 재개발’ 나섰지만 변이 해법은 아직
韓 후발주자, 이제껏 소외됐던 ‘T세포’ 활용 시작
"기존 중화항체와 면역원리 달라 변이에도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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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붉은색). /미 CDC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전 세계 백신 개발사들이 변이 대응법을 찾고 있는 가운데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의 ‘T세포’ 백신이 유력한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노바백스 등 국내에 백신을 공급하는 글로벌 제약사 4곳이 최근 2개월 사이 백신 업그레이드 연구에 착수했다. 국내 개발사 5곳과 해외 후발주자들도 개발 초기부터 변이 대응력 확보에 힘쓰며 새로운 백신 개발 경쟁에 자연스럽게 참전하는 모양새다.

메이저 업체와 후발주자 모두 변이 대응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변이에 백신이 무력해진 아스트라제네카도 올해 가을이 돼야 변이용 백신 개발을 마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은 ‘T세포’를 새로운 무기로 꺼내 들었다. 빅파마(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도하지 않은 방식이다. 제넥신 백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신의철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T세포 방식은 변이와 상관없이 효능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라며 "중화항체처럼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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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신 연구원. /제넥신 제공
현재 백신의 효능은 주로 중화항체에서 나온다. 중화항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 감염력과 독성을 없애는 물질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몸속에 주입하는 게 현재 코로나19 백신의 방식이다. 남아공 변이처럼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가 변하면 중화항체가 제대로 달라붙지 못해 제역할을 못 한다는 한계가 있다.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백혈구의 일종이다. 바이러스가 세포로 침투하는 걸 막지는 못하지만,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감염 세포를 제거해 몸속에서 추가로 퍼지지 못하게 한다. 그간 중화항체에 밀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소외돼 왔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국면에서 새로운 면역 수단으로 기대받고 있다.

제넥신은 이미 해외 빅파마들보다 개발 속도가 뒤처진 상황에서 지난해 8월 비로소 백신 임상에 들어갔지만, 추가 일정 지연을 감수하고 같은 해 12월 임상을 새로 시작했다. 당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조짐이 보이자, 중화항체뿐만 아니라 T세포도 만들어낼 수 있는 백신으로 다시 개발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성영철 제넥스 회장은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2021년까지 변이 바이러스도 억제할 수 있는 백신을 한국 최초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T세포는 중화항체보다 보통 몸속에 훨씬 오래 남는다는 장점도 있다"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의 몸에서 T세포가 17년이나 남아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나 완치자의 몸속에서 만들어진 중화항체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밝혀지진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진원생명과학도 이미 지난해 12월 한차례 임상에 들어갔지만 동물실험 단계를 다시 거치고 있다. 제넥신처럼 T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물질을 백신 주성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T세포를 강하게 만들어내는 물질인 ‘ORF3a 항원’이 추가된 새로운 백신으로 기존 백신들과 차별되는 예방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그리트스톤 온콜로지, 이뮤니티바이오 등도 비슷한 백신을 개발 중이다. 그리트스톤 온콜로지는 1분기 내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고, 이뮤니티바이오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시작했다고 밝혔다.

기존 백신에서도 의도치 않은 T세포의 역할이 조명받고 있다. 최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접종 시에도 T세포 생성이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져 원래 예상보다 더 높은 효능이 기 대되고 있다. 두 번 맞아야 완전한 예방 효과가 생기는데, 1회차만 접종해도 T세포 덕분에 어느 정도 감염에 대항할 수 있고 2회차 접종 시 면역 효과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아직 임상을 통한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역시 T세포 면역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에 효능이 떨어져도 접종 시 중증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