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품, 반드시 꺼진다일본식 폭락은 아냐

기사입력 2019.09.22. 오전 5:01 기사원문 스크랩 

 


 

신간 불황탈출저자 박상준 교수 인터뷰
집값, 일본처럼 경제 실적에 강하게 연동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 근시안 정책이
로또심리 부추겨 다시 버블 일으킬 위험
갭투자못하게 점진적 일본 벤치마킹해야
강남 일부는 버블 아닌 제값 찾아가기일 수


한국 사회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때 일본과 비교하곤 한다. 사회 구조가 비슷하면서도 한발 앞서 발전하는 나라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먼저 겪은 시행착오를 보고 반면교사 삼거나 선진화된 부분은 벤치마킹할 수 있다

그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과열된 주택 시장, 특히 서울 아파트 시장을 일본 프리즘으로 진단하면 어떨까

한국과 일본의 경제를 두루 연구한 박상준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를 18일 서울에서 만나 이 같은 주제로 인터뷰했다. 내용 일부는 그가 지난달 낸 책 불황탈출에도 담겨 있다

박 교수는 지난 몇 년간, 특히 작년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과거 일본의 대규모 버블만큼은 아니지만 고평가됐다경제 실적이 좋아야 소득이 늘어나고 집을 사 집값이 오르는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집값만 올랐다고 말했다

인구가 증가하는 나라라면 인구가 집값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인구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더욱 경제 실적과 밀접해야 정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져 서울 인구가 순 유출을 보이는 점도 거품의 근거로 지목됐다

박 교수는 경제 실적보다 고평가된 집값은 반드시 괴리된 만큼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 때처럼 최대 10분의 1 토막 수준의 폭락은 일어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일본은 대규모로 버블이 끼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규모로 꺼졌다는 것이다. 다음은 박 교수와 일문일답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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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8pixel, 세로 30pixel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들 [뉴스1]

 


Q : 왜 서울 아파트에 버블이 꼈을까.

A : “심리적인 면이 가장 크다. 노무현 정권 때 집값이 폭등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비이성적 학습 효과가 힘을 발휘한 듯하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와 집값 담합·자전거래 등 도덕적 해이, 낮은 세율, 박근혜 정권 당시 대출 완화 정책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Q : 거품은 언제, 어떻게 빠질지.

A :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된다면 앞으로 몇 년간 거의 같은 가격을 유지하거나 완만하게 하락할 전망이다. 현재 불황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되는 경기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Q : 그럼 정책적 뒷받침은 잘되고 있나.

A : “잘 안 되는 게 문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오락가락해 예측 가능성이 너무 떨어지고 시장을 불안하게 한다. ·야가 합의해 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점진적 개선을 해야 한다. 일본은 수상이 바뀌어도 집권 정당이 바뀌어도 주요 부동산 정책은 유지된다.”

 


Q : 구체적으로 정책은 어때야 할까

A : “갭투자(전세를 끼고 적은 돈으로 집을 사는 행위)를 못하게 해야 한다. 실수요가 아니면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유세나 양도소득세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세입자 보호도 더욱 강화하면 좋다. 그럼 세를 살아도 불안해하지 않고 무리해서 집을 사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현재 일본이 그렇다.”

 


Q : 분양가 상한제 확대 규제를 앞두고 있다.

A : “근본 대책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땜질식 정책이다. 일단 경제학의 기초인 수요·공급 원리에 위배되기 때문에 공급 감소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다. 제일 큰 문제는 로또 분양기대감 같은 투기 심리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Q : 주택에 쏠리는 투자금을 비주택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일본 등처럼 공모 상장형 리츠 활성화 정책도 펴는데.

A : “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국은 갭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그대로 두고 리츠 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워 보인다. 갭투자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왜 수익률이 5% 남짓인 리츠에 투자하겠는가.”

 


Q : 3기 신도시 계획에 따라 이보다 멀리 떨어진 1~2기 신도시가 일본 다마 신도시처럼 슬럼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A : “분당이나 일산 등 정도는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일산의 경우 3호선 라인이 직결되고 광역버스 체계도 잘돼 있다. 일자리도 어느 정도 있다. 다마 신도시는 도쿄 도심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려면 1번 이상 갈아타야 하고 버스 체계도 부실하다. 일자리도 없다.”


 


Q : 강남 등의 일부 단지는 현재도 계속 강세를 띤다.

A : “인기 지역을 볼 땐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주거지는 그 안에서도 차별화하는 추세다. 도쿄의 최대 부촌인 미나토구만 봐도 100억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이 드물지 않게 있다. 지금 가격이 오르는 단지 중 일부는 제값을 찾아가는 것일 수 있다.”

 


Q : 인기 지역 내 차별화 현상에 도심 선호 트렌드도 영향을 미쳤을까.

A : “그렇다. 요즘 젊은 세대는 웰빙을 위해 출퇴근 시간이 최대한 단축하려고 한다. 고령화로 노인이 많아지는데 이들은 병원이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

 


Q : 결국 서울 아파트는 얼마여야 적정한 건지.

A : “인구가 유출을 멈추고 다시 증가할 때의 가격이다. 도쿄를 보면 1990년대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하고 인근 현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집값이 충분히 안정된 2000년대 들어선 다시 유입되기 시작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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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주택자 전세금 반환대출 허용할까

#1. 1990년대 정부의 신도시정책으로 평촌에 정착한 김용목씨(64). 당시 살던 임대아파트는 분양전환 후 전재산이나 다름없게 됐다. 지금은 자녀들이 분가해 아파트를 세주고 작은 빌라로 이사와 사는데 얼마 전 전셋값이 폭락하면서 세입자에게 재계약금 6000만원을 돌려줬다. 신용대출에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은 것도 모자라 집을 담보로 사금융까지 빌려 겨우 파산을 피했다.

#2. 김지영씨(37)는 결혼과 직장 문제로 두번 이사하는 과정에서 2주택자가 됐다. 당초 집을 팔고 이사할 계획이었지만 부동산경기가 안 좋던 시점이라 결국 전세를 주고 자신도 전세로 살게 됐다. 최근에는 전세계약 만료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 인근 공공주택지구가 입주를 시작하며 공급과잉이 심해져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세입자 전세금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2주택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규제로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중에서도 최근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것은 전세금 반환대출이다. 다주택자 대출규제로 각종 대출이 제한된 와중에 일부 지역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해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속출했다. 사금융 풍선효과를 일으키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집을 수십채, 수백채 가진 투기나 갭투자를 막으려고 시행된 대출규제가 실수요자와 세입자에게 피해를 줘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세금 미반환사고 ‘위험수준’

다주택자의 전세금 반환 부담이 커진 것은 역전세난이 주요 원인이다. 대다수의 집주인이 전세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근 재건축을 통한 새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거나 공공주택지구가 들어서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9만6000가구로 연간 평균 20만~30만가구 선을 넘는 수준이다. 전국 전셋값은 2017년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8개월째 하락했고 ‘준공 후 미분양’이 1만8000가구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역전세는 임차인에겐 유동성 제약, 임대인에겐 보증금 상환 압력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입주물량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경기·강원·부산·울산·영남의 역전세난이 심화할 전망이다.

평촌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서울 출·퇴근이 가깝고 안양법조타운 등의 고소득 일자리가 많아 지난 수십년간 이렇게 세입자를 구하기가 힘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1기신도시 산본의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공공택지와 빌라 신축으로 전세물량이 급증해 3개월 넘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집을 처분하고 싶어 하는 집주인이 많지만 매매가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주인이 1주택자일 경우 전세금 반환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서울을 포함한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은 집값의 40%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므로 모자라는 자금도 신용대출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2주택 이상 보유자다. 전세금을 내려서라도 새 세입자를 구하면 다행이지만 아예 공실이 나도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돼 현실적인 방법은 온갖 대출을 동원하거나 사금융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포털사이트에 ‘전세금 반환대출’을 검색해보면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사금융 홍보글이 유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현행 규제지역 기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두배인 80%까지 대출이 가능하기도 하고 소득증빙 없이 돈을 빌려준다는 곳이 넘쳐난다. 심지어 소득이 없어도 대출이 가능하고 3일 안에 승인되는 곳도 있다. 제2금융권이나 등록 대부업체도 있지만 무등록 불법사금융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빌라를 최소 600채 이상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다주택자가 전세금을 갖고 잠적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매 건수도 늘었다. 법원경매정보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법원이 진행한 부동산 경매 건수가 3년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증가한 1만2128건을 기록했다. 주거시설 경매 건수는 5623건으로 2014년 12월 6484건 이후 가장 많았다. 전체 경매 중 주거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46.4%로 지난해 이후 40%대를 넘어섰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경매시장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시설에서 역전세난이 발생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의 경매신청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주택 수 따라 분류 필요

이에 은행권에서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전세금 반환대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경기가 침체돼 전세금 반환대출이 많았는데 요즘 다시 문의하는 집주인이 늘어났다”며 “수십채는 몰라도 2~3주택자는 실수요가 목적이었던 경우가 있는 만큼 일부 대출을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일부 대출규제를 완화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말 서울 신반포3차·반포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원들은 정부의 이주비 대출규제로 세입자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자 이에 반박할 법적 근거를 찾아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조합은 집주인 대신 임차보증금을 변제하고 추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조합 사업비대출을 받기로 한 것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국민신문고에 제기된 민원 답변을 통해 “법의 취지와 목적을 감안할 때 해당 대출은 조합원의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임차인의 권리보호를 위한 대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다주택자의 전세금 반환대출이 허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손주형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돈에 꼬리표가 없다는 말처럼 대출 목적의 증빙이 힘들기 때문에 9·13 부동산대책의 취지에 따라 앞으로 당분간 대출규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1호(2019년 9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