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884498_001_20190213131551134.jpg?type=w647섭씨 1억도 이상 1.5초를 달성한 KSTAR 플라즈마의 모습. [사진 국가핵융합연구소]
핵융합 발전에 성큼 다가 선 대한민국

한국의‘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KSTAR가 섭씨 1억도의 초고온 달성에 성공해, 핵융합 발전에 성큼 다가섰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13일 핵융합 발전을 위한 연구장치인 KSTAR가 초전도 토카막으로는 세계 최초로 중심 이온 온도 1억도 이상의 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를 1.5초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플라즈마의 온도가 1억도를 넘겨야 가장 활발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데 KSTAR가 이번에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주체인 이온의 온도를 1억도 이상 달성했다”며“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장치로는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0002884498_002_20190213131551155.jpg?type=w647KSTAR의 초전도 토카막 내부. [사진 국가핵융합연구소]
인공태양, 꿈의 미래 에너지 핵융합

핵융합 발전은 수소를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 핵융합을 일으키고, 여기에서 나온 막대한 에너지로 물을 데우고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발전 방식이다. 태양이 타오르는 원리와 같아‘인공태양’이라 불리지만, 태양보다 중력이 훨씬 작은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태양 중심 온도(1500만도)의 7배인 섭씨 1억도 이상의 고온ㆍ고밀도 플라즈마를 장시간 유지해야 한다. 발전 원료가 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고, 원자력(핵분열) 발전과 비교해 방사선 발생이 거의 없어‘꿈의 미래 에너지’로도 불린다. 

초전도 토카막은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가두는 도넛 모양의 최신 핵융합 장치다. 한국ㆍ미국ㆍ중국ㆍ일본ㆍ유럽연합ㆍ러시아ㆍ인도 등 세계 7개국이 힘을 합쳐 프랑스 남부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중국 EAST 등 최근의 핵융합로는 대부분 초전도 토카막을 이용하고 있다. ITER는 2025년 준공과 함께 첫 플라즈마를 가동하고, 2035년 열출력 500㎿에 달하는 핵융합로 풀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연구성과가 이어진다면 2050년께 주요국에서 상용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핵융합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0002884498_003_20190213131551177.jpg?type=w647초전도 토카막 장치를 이용한 핵융합 발전의 원리. 연료로는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쓴다. [사진 국가핵융합연구소]
YS 때 기획, DJ 때 기공, 노무현 정부서 완공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올해 중성입자빔 가열장치(NBI)를 추가로 도입해,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10초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유 소장은“연말쯤 목표가 이뤄지면,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의 핵융합 기술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며 “KSTAR의 최종 목표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300초 달성”이라고 말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이번 성과는 KSTAR 실험 1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핵융합 학술대회‘KSTAR 콘퍼런스 2019’에서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상세하게 발표될 예정이다. KSTAR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기획돼, 김대중 정부에서 공사를 시작하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완공됐다. 이후 시운전을 거쳐 2009년부터 본격 실험에 들어갔다. 

0002884498_004_20190213131551195.jpg?type=w647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실험실증로 ITER. 한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이 참여한 국제 프로젝트다. [사진 ITER]
가장 큰 경쟁국은 중국, 2035년 핵융합 발전소 목표


사실 핵융합 플라즈마 1억도 달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과학원 플라스마 물리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자국 핵융합 실험로인 이스트(EAST)를 활용해 1억도에 달성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핵융합의 비핵심 요소인 전자온도 1억도를 올린 것이라는 게 국가핵융합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과거 일본ㆍ미국 등도 핵융합을 위한 플라즈마 발생을 3초 이상 유지하는 기록을 올린 적이 있지만, 초전도 토카막이 아닌 당시 구리 전자석 토카막이어서 더 이상의 연구성과를 내지 못했다. 

핵융합 발전 연구ㆍ개발에서 한국의 가장 큰 경쟁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전자온도 1억도 기록 외에도, 2017년 6월 세계 최초로 5000만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를 100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35년을 목표로 핵융합 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며, 상하이ㆍ허페이ㆍ청두 등 중국 대도시들이 발전소 유치를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원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아직 어느 나라도 주도권을 쥐지 못한 핵융합 에너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면 한국의 강력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핵융합 기술의 세계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핵심기술 개발과 인재양성, 산업확충 등 기반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준호ㆍ허정원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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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은 왜 꿈의 에너지인가?

방사능·온실가스 걱정 '뚝'…안전성 확보

인쇄하기만화로 푸는 과학 궁금증스크랩

몇 달 전에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 장치인 케이스타(KSTAR)가 세계 최초로 섭씨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스마(Plasma)를 1.5초 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세계 각국이 핵융합 에너지 연구에 힘쓰는 가운데 이번 성공으로 우리나라의 핵융합 에너지 연구가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나가게 되었다.

핵융합 에너지는 인류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꿈의 에너지로, 태양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핵융합 에너지란 무엇인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그 중심에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다. 그런데 초고온에서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플라스마 상태의 가벼운 원자핵들은 고속으로 나아가다가 서로 충돌하여 합해지면서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하는데, 이것을 핵융합 반응이라고 한다.

충돌하기 전 두 원자핵을 합친 질량보다 생성된 원자핵의 질량이 더 작다. 이때 사라진 질량은 에너지로 바뀌는데, 질량과 에너지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아인슈타인 특수 상대성 이론의 공식 ‘E=mc²(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빛의 속도)’에 따라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빛의 속도는 대략 3억 m/s이기 때문에 만약 50원짜리 동전 한 개 정도의 질량인 4g이 모두 에너지로 변한다면, 공식에 따라 E=0.004kg×(3억 m/s)2가 되고, 발생하는 에너지는 36×1010kJ이 된다. 이 에너지는 한 가구당 평균 전력 소비량이 5000kWh라고 할 때 인구 8만 명의 도시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와 맞먹는다.

질량과 에너지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아인슈타인 특수 상대성 이론의 공식 ⓒ윤상석

질량과 에너지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아인슈타인 특수 상대성 이론의 공식 ⓒ윤상석

태양과 같은 별들이 빛을 내는 이유도 핵융합 에너지 덕분이다.

태양은 대부분이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로 이루어졌으며, 그 중심부는 약 1500만 도가 넘는 높은 온도이기 때문에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이다. 그래서 태양 중심부에서는 수소 원자핵이 다른 수소 원자핵과 결합하여 헬륨 원자핵으로 변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 핵융합 반응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생기는데, 이것이 수십억 년 동안 계속해서 빛을 내는 태양의 에너지원이다.

핵융합 과정 ⓒ윤상석

핵융합 과정 ⓒ윤상석

핵융합 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도 일으키려면 태양보다 훨씬 더 높은 온도인 1억 도가 필요하다. 태양의 중심은 강한 중력으로 압축되어 있어서 원자들의 밀도가 높아 1500만 도의 온도에서도 원자들이 쉽게 충돌하지만, 지구는 그런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핵융합 발전소를 세우려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들어야 하고 이 플라스마를 담는 그릇도 필요하다. 그런데 1억 도의 온도를 견딜 수 있는 물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진공 용기 안에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넣고 자기력으로 떠오르게 해서 벽에 닿지 않게 가두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핵융합 발전소의 핵융합이 일어나는 곳은 거대한 전자석에 둘러싸인 도넛처럼 생긴 장치이다. 진공 상태인 이 장치 안에 핵융합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넣고 온도를 높이면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이 플라스마는 전자석에서 발생된 자기력선 덕분에 용기 벽에 직접 닿지 않고 장치 안을 돌게 된다. 플라스마 상태의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온도가 1억 도에 이르면 서로 충돌하여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그리고 핵융합 반응에서 생긴 에너지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고 이 수증기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핵융합 발전소 구조 ⓒ윤상석

핵융합 발전소 구조 ⓒ윤상석

인공 태양이라고 할 수 있는 핵융합 발전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한데, 과학자들은 2050년경이면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핵융합 에너지는 왜 꿈의 에너지인가?

핵융합의 연료는 중수소와 삼중수소인데, 중수소는 바닷물을 전기분해해서 얻을 수 있고, 삼중수소는 핵융합로에서 리튬과 중성자를 반응시켜 만들 수 있다. 리튬은 바닷물에 약 2300억 톤이 녹아 있을 정도로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핵융합의 연료는 고갈될 염려가 없다.

또한 핵융합 발전은 방사능 폐기물이 거의 없으며 온실가스와 공해 물질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핵융합로에 이상이 생기면 플라스마가 스스로 식어 핵융합 반응이 멈추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다.

게다가 핵융합 발전은 같은 양의 원료로 원자력 발전보다 7배 이상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이 있기 때문에 핵융합 에너지를 흔히 ‘꿈의 에너지’, 또는 ‘미래의 에너지’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