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엔 두려워하는 군중이 없다]…대구 취재한 美 ABC도 감동





현장에서 - 힘내라! 대구·경북

대구가 아프다…그러나 울지 않는다

"왜 대구냐" 불안·울분 속에서도
아픔 나누며 "함께 이겨내자"

"여기서 막아야 대한민국 지킨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 스스로 봉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4일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확진 속도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가파르다. 요즘은 하루 500명 가까이 쏟아지고 있다. 도시는 침잠 그 자체다. 간혹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눈엔 불안과 낭패감이 가득하다. “왜 하필 대구냐”는 울분도 엿보인다. 결혼식도, 장례식도 전시처럼 치르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대신동 서문시장은 썰렁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황량했다. 500년 만에 처음으로 엿새간의 휴장을 마친 뒤 다시 연 지 사흘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점포가 닫혀 있었다. 4000여 개 점포 사이로 줄지어 늘어선 국수가게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이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던 일상은 잊혀진 지 오래다.

"이곳엔 두려워하는 군중이 없다"…대구 취재한 美 ABC도 감동

제법 낡아보이는 마스크를 끼고 기자를 만난 식품가게의 박모씨는 “손님이 좀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손님을 기대하고 나온 게 아입니더. 냉장고 음식 버리려고 나왔심더.” 시장 한가운데 소방서 앞에서 만난 택배기사는 “오늘도 한 건의 배달 주문도 받지 못했다”며 “도대체 이 지옥 같은 상황이 언제나 끝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사망자를 화장하는 대구시립화장장을 찾았다. 눈물과 통곡이 그칠 새가 없었다. 가족이라도 구호복이 없으면 화장 과정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 임종도 못했다는 유가족이 부지기수다. 의료진에게 돌아갈 방호복이 모자라다 보니 가족에게까지 제공하기가 어려운 사정이 있다. 한 유족은 “확진 판정 후 병원에도 못 가보고 돌아가셨는데, 마지막 이별까지 가족이 지키지 못했다”며 “이 한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쏟아냈다. 이곳에는 하루 40여 건의 일반 화장을 한 뒤 오후 5시부터 코로나 희생자 화장을 하고 있다. 감염병관리법의 ‘선 화장, 후 장례’ 원칙에 따라 유족은 빈소도 제대로 꾸리지 못한 채 고인과 작별한다.

하지만 대구에는 또 다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어떻게든 견뎌내고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가 이심전심으로 모이고 있다. 자신의 처지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구호복 입은 사람만 임종·火葬 지켜봐…유족들, 눈물로 작별
코로나 직격탄에도 의료진에 도시락·커피 기부…배려와 연대


"이곳엔 두려워하는 군중이 없다"…대구 취재한 美 ABC도 감동

취업난 속에 지난해 11월 문을 연 칠성시장의 야시장 청년들은 개장한 지 4개월도 못돼 코로나19 한파를 맞았다. 언제 장사를 접어야 할지 모를 위기 속에서 청년상인들은 200인분의 도시락과 커피를 이틀 연속 대구동산병원과 대구의료원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대구의 사회적 기업인 공감게스트하우스 허영철 공동대표는 타지에서 온 의사들을 위해 방 15개를 모두 내놓았다. 연대와 배려의 시민정신이다.

이른바 ‘대구 대탈출’도 없다. 자신이 혹시 감염됐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으로 건너가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타지에 사는 자식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대구를 빠져나오라고 해도 거의 모든 부모들은 요지부동이다. 한때 정치권이 ‘대구 봉쇄’를 거론하는 결례를 저질렀지만 시민들은 일찌감치 자발적 봉쇄를 택한 것이다. 대구에 가족을 두고 있는 청년 장영환 씨는 “몇 번이나 부모님을 찾아뵐까 했지만 각자 위치에서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말씀에 서울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며 “코로나19와 싸워 이기는 길이 사회적 격리라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맞은편에는 계명대 산하 대구동산병원이 있다. 환자 260명이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곳이다. 민간병원이지만 대구에서 가장 먼저 기존 환자를 내보내고 코로나19 확진자를 받고 있다. 병실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 부산으로, 서울로 전전하다 목숨을 잃는 환자들을 보다 못해 민간병원이 수십억원의 손해를 무릅쓰고 개방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의료 현장이지만 또 다른 연대와 배려의 공간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생업을 접고 달려온 의사와 간호사 30여 명이 매일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경남 거제에서 온 의사 박태환 씨는 “의사의 본업은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이라며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봉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시인 박미영 씨는 “생업을 접고 달려온 이 말에 대구시민은 엄청난 용기를 얻었다”며 “대구의 예전 모습을 되찾아주기 위해 대한민국 전체가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병상을 구하지 못한 대구 환자를 광주로 데려가 치료하겠다는 광주 시민사회의 ‘병상 연대‘도 큰 감동을 줬다.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에는 230명의 환자가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동산병원보다는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사람들이 많다. 갑작스럽게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제대로 교육과정을 마치지 못한 채 투입됐다. 서명순 감염관리팀장은 “딸같은 후배 간호사들이 몸에 맞지도 않은 큰 보호복을 입고 일하다가 쓰러져 자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지난 3원 미국 ABC방송의 이언 패널 기자가 현장에서 쓴 기사가 화제다.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진원지 안에서’라는 제목의 취재수첩이다. “…그런데 공황상태를 찾아볼 수 없다. 폭동도 없고 수많은 감염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하는 데 반대하며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다… 동산병원 원장은 의사, 간호사, 의약품, 병상 등 모든 것이 모자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결의에 차 있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코로나 19는 대단한 전염병이 아니다. 이겨낼 수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말처럼 어쩌면 대구는 가장 소중한 ‘시민의 날’을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이러스를 대구에서 종식시켜 대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시민정신에 대한 자부심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당초 올해 대구시민주간은 지난달 21일부터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 민주운동 기념일인 28일까지였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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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국들 SOS...씨젠에 "진단키트 보내달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업체 '씨젠'에서 열린 '코로나19 진단시약 기업 현장 간담회'에 앞서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업체 '씨젠'에서 열린 '코로나19 진단시약 기업 현장 간담회'에 앞서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에 세계 주요국들의 ‘긴급 주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전자 진단키트 전문기업 씨젠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세계 30여 개 국가로부터 최근 코로나19 진단키트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고 5일 밝혔다. 30여 개 국가 중에는 이탈리아ㆍ독일ㆍ스페인ㆍ프랑스ㆍ영국ㆍ스위스 등 유럽국가 기업들뿐 아니라 이스라엘ㆍ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ㆍ태국ㆍ브라질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중 10여 개 국은 정부 차원에서의 긴급요청도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까지 하루 생산 물량의 10%가량을 수출로 돌리던 씨젠은 이달 들어 비중을 25%까지 늘려나가고 있다. 서울 송파 씨젠 본사 겸 생산공장에서는 국내외 주문물량을 맞추기 위해 24시간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시원 씨젠 전략기획실장은 “해외 고객 요청이 급증하고 있어 연구소직원 70명까지 긴급 투입해 24시간 생산하느라 회사가 초비상”이라며 “다른 직원들도 전국 진단키트 공급현장에 나가 사용법 등을 조언하느라 본사 인력이 태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노 실장은 또 “코로나 감염 주요국 중 진단키트 생산 및 공급에 여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국내 수요를 감당할 충분한 여유가 있는 경우에만 일부 수출하고 있으니 국내 의료현장에 차질은 없다”고 덧붙였다. 
  
씨젠이 유럽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들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지난달 7일 유럽연합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먼저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내 사용승인은 닷새 뒤인 지난달 12일 이뤄졌다. 씨젠은 코젠바이오텍ㆍ솔젠트ㆍSD바이오텍과 함께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4개 국내기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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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코로나 치사율이 이례적으로 낮은 이유, 해외언론이 규명했다

2020-03-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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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한국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진단에 주목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치사율 낮춘 한국과 비교돼”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한국의 의료진들. / 뉴스1
유력 통신사인 블룸버그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한껏 칭찬하고 나섰다. 한국은 감염자를 가려내기 위한 대규모 진단을 통해 상황을 통제하고 조기 발견으로 치사율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4일 보도를 통해 한국은 13만명 이상에 대해 정확도가 95%가 넘는 검사를 벌여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함으로써 치사율을 다른 나라보다 낮은 1% 아래로 낮췄다고 칭찬했다.

통신은 이 같은 한국의 상황이 중국 일본 미국과 극명하게 대조된다면서 이들 나라에선 신뢰할 수 없으며 불충분한 검사로 인해 수천명이 격리되지 않는 사태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신은 미국 이란 이탈리아에서 확진자나 사망자가 적은 것은 충분한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광범위한 검사를 벌여 코로나19 온상을 파악하고 대구 외 지역을 통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한국의 동시다발적이고도 신속한 검진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은 덕이라면서 새 질병에 대한 진단 키트를 한국은 불과 몇 주 만에 마련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