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엔 두려워하는 군중이 없다]…대구 취재한 美 ABC도 감동
대구가 아프다…그러나 울지 않는다
"왜 대구냐" 불안·울분 속에서도
아픔 나누며 "함께 이겨내자"
"여기서 막아야 대한민국 지킨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 스스로 봉쇄
사진=연합뉴스
이날 기자가 찾은 대신동 서문시장은 썰렁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황량했다. 500년 만에 처음으로 엿새간의 휴장을 마친 뒤 다시 연 지 사흘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점포가 닫혀 있었다. 4000여 개 점포 사이로 줄지어 늘어선 국수가게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이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던 일상은 잊혀진 지 오래다.
하지만 대구에는 또 다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어떻게든 견뎌내고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가 이심전심으로 모이고 있다. 자신의 처지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구호복 입은 사람만 임종·火葬 지켜봐…유족들, 눈물로 작별
코로나 직격탄에도 의료진에 도시락·커피 기부…배려와 연대
서문시장 맞은편에는 계명대 산하 대구동산병원이 있다. 환자 260명이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곳이다. 민간병원이지만 대구에서 가장 먼저 기존 환자를 내보내고 코로나19 확진자를 받고 있다. 병실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 부산으로, 서울로 전전하다 목숨을 잃는 환자들을 보다 못해 민간병원이 수십억원의 손해를 무릅쓰고 개방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의료 현장이지만 또 다른 연대와 배려의 공간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생업을 접고 달려온 의사와 간호사 30여 명이 매일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경남 거제에서 온 의사 박태환 씨는 “의사의 본업은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이라며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봉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시인 박미영 씨는 “생업을 접고 달려온 이 말에 대구시민은 엄청난 용기를 얻었다”며 “대구의 예전 모습을 되찾아주기 위해 대한민국 전체가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병상을 구하지 못한 대구 환자를 광주로 데려가 치료하겠다는 광주 시민사회의 ‘병상 연대‘도 큰 감동을 줬다.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에는 230명의 환자가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동산병원보다는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사람들이 많다. 갑작스럽게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제대로 교육과정을 마치지 못한 채 투입됐다. 서명순 감염관리팀장은 “딸같은 후배 간호사들이 몸에 맞지도 않은 큰 보호복을 입고 일하다가 쓰러져 자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는 지난 3원 미국 ABC방송의 이언 패널 기자가 현장에서 쓴 기사가 화제다.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진원지 안에서’라는 제목의 취재수첩이다. “…그런데 공황상태를 찾아볼 수 없다. 폭동도 없고 수많은 감염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하는 데 반대하며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다… 동산병원 원장은 의사, 간호사, 의약품, 병상 등 모든 것이 모자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결의에 차 있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코로나 19는 대단한 전염병이 아니다. 이겨낼 수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말처럼 어쩌면 대구는 가장 소중한 ‘시민의 날’을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이러스를 대구에서 종식시켜 대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시민정신에 대한 자부심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당초 올해 대구시민주간은 지난달 21일부터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 민주운동 기념일인 28일까지였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코로나 감염국들 SOS...씨젠에 "진단키트 보내달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에 세계 주요국들의 ‘긴급 주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전자 진단키트 전문기업 씨젠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세계 30여 개 국가로부터 최근 코로나19 진단키트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고 5일 밝혔다. 30여 개 국가 중에는 이탈리아ㆍ독일ㆍ스페인ㆍ프랑스ㆍ영국ㆍ스위스 등 유럽국가 기업들뿐 아니라 이스라엘ㆍ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ㆍ태국ㆍ브라질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중 10여 개 국은 정부 차원에서의 긴급요청도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까지 하루 생산 물량의 10%가량을 수출로 돌리던 씨젠은 이달 들어 비중을 25%까지 늘려나가고 있다. 서울 송파 씨젠 본사 겸 생산공장에서는 국내외 주문물량을 맞추기 위해 24시간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시원 씨젠 전략기획실장은 “해외 고객 요청이 급증하고 있어 연구소직원 70명까지 긴급 투입해 24시간 생산하느라 회사가 초비상”이라며 “다른 직원들도 전국 진단키트 공급현장에 나가 사용법 등을 조언하느라 본사 인력이 태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노 실장은 또 “코로나 감염 주요국 중 진단키트 생산 및 공급에 여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국내 수요를 감당할 충분한 여유가 있는 경우에만 일부 수출하고 있으니 국내 의료현장에 차질은 없다”고 덧붙였다.
씨젠이 유럽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들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지난달 7일 유럽연합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먼저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내 사용승인은 닷새 뒤인 지난달 12일 이뤄졌다. 씨젠은 코젠바이오텍ㆍ솔젠트ㆍSD바이오텍과 함께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4개 국내기업 중 하나다.
한국의 코로나 치사율이 이례적으로 낮은 이유, 해외언론이 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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