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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과학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쉬운 것이 암 치료 기술이다. 암 부위에 따라서, 혹은 병기가 진행된 암에 대해서는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표적 항암제와 첨단 방사선 기계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환자 입장에서 볼 때는 아직 미흡하다고 느낄 수 있다.

수술, 항암치료와 함께 암을 치료하는 주요 수단인 방사선 치료의 경우 뛰어난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정상조직에 미치는 부작용이 문제다. 암 부위에 방사선을 조사(照射)해 암세포를 없애지만, 이 과정에서 정상 조직에도 방사선이 닿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한 첨단 방사선 기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는 하다.

지금까지 개발된 방사선 치료기계 중에 가장 부작용이 적은 기계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의료용 중입자 가속기다. 이 기계는 방사선을 조사할 때 정상 세포에 거의 손상을 입히지 않아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탄소 이온을 이용한 암 치료

일반 방사선인 X-선이나 감마선을 사용하는 일반 방사선 기계와는 달리 중입자 가속기는 탄소 이온을 이용한 방사선 치료다. 중입자 가속기는 탄소를 수천 도로 가열해서 음이온을 분리하고 나면 생기는 탄소 이온을 빛의 속도로 올려 발생한 탄소 입자 에너지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인다.

X-선이나 감마선은 체내로 들어가면서 에너지가 떨어지기 때문에 높은 양을 조사해야 것이 단점이다. 정상조직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중입자선은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아 적은 양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 저선량으로 체내 25cm까지 침투해 암세포 도달 시 최대 에너지를 방출, 주변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한다. 기존 치료로는 뇌와 안구 등의 부위는 방사선 집중도를 높이기 어려워 치료가 어려웠지만, 중입자 가속기로는 치료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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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독일에만 있는 중입자 가속기

그러나 이런 중입자 가속기는 높은 기술력과 비용 문제 때문에 일본과 독일 등 전 세계에 10대 정도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설 기관에서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일본의 중입자 가속기 치료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부터 원자력의학원이 부산 기장에 이 중입자 가속기를 도입해 운영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시작됐고, 지금까지 651억 원이 투입돼 부산 기장에 중입자 가속기 치료센터까지 건설했다.

그러나 막상 기계 도입은 이뤄지지 않은 채 사업은 표류 중이다. 치료기기 국산화 연구 실패와 기종 변경,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이 난항을 겪어 애초 도입 목표인 2017년을 넘겼으며, 2023년에도 가동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표류하던 사업 추진 재개

이런 가운데 이 사업이 다시 추진될 계기가 마련됐다. 사업을 원자력의학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관하는 작업이 마무리되면서다. 윤상직 국회의원(기장군)은 29일 서울대병원이 호암교수회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중입자가속기 유치사업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중입자가속기유치사업 주관기관이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연내 중입자가속기 발주 등 예산 집행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 사업 주체인 서울대병원, 과기부, 부산시, 기장군은 조만간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23년까지 총 사업비 4,389억 원이 투입해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암 치료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는 중입자 치료를 받으면 폐암 1기 환자는 5년 생존율이 95%, 간암은 90% 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