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미래를 열다⑪] ‘친환경’인데 CO₂ 배출?… ‘회색 수소’의 딜레마





수소는 단순한 에너지 효율 면에서는 기존 화력발전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 오염 문제에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은 우리가 수소경제사회로 나아가야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껏 ‘친환경’ 에너지라고 믿었던 수소가 사실은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해 1월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우리 사회도 ‘수소경제 사회’로 성큼 다가섰다. 이제 길거리에서 수소자동차 넥쏘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며, 수소 충전소, 수소연료전지발전소 등의 단어들은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소에너지에 대해 안전성, 에너지 효율 등을 문제 삼으며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도 대다수 존재한다. 

수소업계 관계자들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수소의 안전성에 대해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주장한다. 에너지 효율 면에선 물론 원자력 발전, 화석 연료발전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완전 무공해한 ‘친환경’ 에너지라는 큰 메리트 때문에 수소에너지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껏 ‘친환경’ 에너지라고 믿었던 수소가 사실은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를 발생시킨다면 어떨까. 만약 이것이 사실일 경우, 우리는 수소를 ‘탈(脫) 탄소 사회’를 위한 에너지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 화석연료로 수소 생산하는 과정 중 CO₂ 발생… 과연 친환경인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소의 생산 방법은 물(H₂O)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법이다. 1874년 쥘 베른이 집필한 공상과학소설 ‘신비의 섬’에서 이에 대한 내용이 잘 묘사돼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이러스 박사는 “나는 언젠가 수소와 산소로 전기 분해된 물이 에너지를 공급하리라 믿는다”고 말한다. 

수전해 방식은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는 산소와 수소만 발생한다. 또한 수소를 자동차, 연료전지 등에 사용할 때는 다시 물이 생성될 뿐 어떤 대기오염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수소를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수소는 완벽한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전해 수소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생산·이용되는 수소는 대부분 석탄, 천연가스(CH₄) 등의 화석 연료에서 추출한 ‘개질 수소’다. 이것이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개질 수소는 수소 개질기 내부에서 천연가스, 석탄 등의 화석 연료의 주 구성원인 메탄(CH₄)과 물과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소를 생산된다. 저렴한 생산 비용과 편리한 원료 운송, 대량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개질 수소는 세계 수소 생산량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수소경제의 경제적·기술적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 생산의 약 96%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열화학적 생산방식(개질 수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석 연료를 이용해 생산되기 때문에 ‘그레이(회색) 수소’라 불리긴 하지만, 개질 수소 역시 사용과정에선 대기 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문제는 화석 연료에서 수소를 개질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1개 분자의 질량은 수소 1개 분자 질량보다 22배 무겁다. 따라서 수증기 메탄 개질 반응효율을 100%라 가정하면, 천연가스 개질 과정을 통해 수소 1kg을 생산하면 ‘이론상’으로 5.5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원이 발표한 친환경 CO₂-free 수소생산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 개질기의 반응효율이 약 75%일 경우 수소 1kg을 생산하는데 8.6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원은 ‘친환경 CO₂-free 수소생산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서 “수증기 메탄 개질 반응효율을 약 66%로 감안하면, 수소 1kg을 생산할 경우 이산화탄소는 9.8kg이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수소 개질기의 반응효율이 약 75% 이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1kg의 수소 생산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8.6kg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세계 최대의 수소생산국가인 중국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수소 개질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체감할 수 있다. 2015년 기준 중국은 약 2,200만톤의 수소를 생산했다. 이때 전체 생산량 중 96%가 화석 연료를 이용한 개질 수소다. 

이를 앞서 김재경 연구원이 말했던 수소 1kg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8.6kg의 비율을 대입해보면, 2015년 한 해 동안 중국이 수소 생산을 위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무려 1억8,920만톤이다. 자동차 1대가 평균적으로 1년 간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이 4.7톤인 것을 감안하면, 약 4,000만대의 자동차가 한 해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는 셈이다.

◇ 정부, “개질 수소로 수소경제 활성화 후, 그린 수소로 전환할 것”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개질 수소를 지속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생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하는 ‘그린 수소’의 생산 비용 문제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기술 상황으로는 수전해 수소의 생산 단가가 너무 높아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전해 기술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선 촉매가 필요한데, 이때 사용되는 촉매가 금보다 귀한 귀금속으로 알려진 ‘백금’이다.

하지만, 수전해 수소 생산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린 후 수소경제사회로의 도약을 시작한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통상적으로 에너지 인프라 상용화의 완성까지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역시 오는 2040년까지의 계획이 잡혀 있는 장기 프로젝트다.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정부 관계부처와 수소업계 관계자들은 먼저 개질 수소를 통해 수소경제를 활성화 하면서, 수전해 기술을 지속 개발한다는 목표다.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하는 ‘그린 수소’가 상용화되기까지의 ‘징검다리’ 역할을 개질 수소가 맡는 셈이다.

수소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개질 수소를 통해 먼저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고, 수소 충전소, 수소저장시설 등의 인프라 확충과 수소차, 연료전지 발전소 등의 상용화가 충분히 이뤄진 이후에 수전해 수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수소 개질기도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등을 적용하고 있어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정부 관계부처와 수소업계 관계자들은 먼저 개질 수소를 통해 수소경제를 활성화 하면서, 수전해 기술을 지속 개발한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그린 수소의 대량 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은 에너지기술연구원에 설치된 500 kg-day급 고순도 수소개질기의 모습./ 뉴시스

정부도 오는 2022년까지 MW급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과 연계해 수전해 수소의 대량생산을 추진해 ‘그린 수소 산유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오재열 사무관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많은 분들이 수소 개질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이 적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정부도 이에 따라 순수한 ‘친환경 CO₂-Free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의 수소경제 활성화 단계는 수소 수요를 늘리고, 인프라 확충 및 시장 확보, 기술 개발을 해나가는초기단계라 개질 수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론 오는 2030년에는 수전해 수소의 비중을 약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