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의 ‘야바위 국정國政’






이현종 논설위원

與에 176석 몰아준 뒤 “속았다”
전 세대世代가 정권 위선僞善에 배신감
서민들의 소박한 꿈 산산조각

부동산에 朴시장 性범죄 겹쳐
民情수석 무게가 강남 집 한 채
실패의 後果는 모두 국민의 몫


어릴 적 길거리에서 탁자 위에 컵 3개를 엎어 놓고 주사위 하나를 컵 밑에 넣고는 이리저리 옮기다가 어느 컵에 있는지 알아맞히게 하는 게임을 하던 ‘야바위꾼’이 있었다. 지켜보다가 돈을 걸지만 판판이 지는 사람이 많았다. 눈속임에 제법 돈을 잃는 사람도 있었는데 경찰의 단속 대상이었다. 요즘 문재인 정권을 보면 딱 이런 생각이 든다.

국정(國政)을 잘하라고 유례없이 176석이나 되는 거대 의석을 몰아줬는데 그 뒤에 들려오는 소리는 “속았다”는 얘기뿐이다. 20∼30대는 대학을 졸업해도 갈 직장이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서 보듯 ‘공정(公正)’은 구호에 불과했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량진에서 수년째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책과 씨름하면서 시험을 준비하는 청춘들이 즐비하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인 줄 알고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던 여성들은 박원순 전 시장의 성 추문 사태 때 문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에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장자연, 김학의 사건 때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도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특별 지시까지 했던 문 대통령은 친구 박 전 시장의 성 추문에 아예 입을 닫았다. 여성운동의 대모를 자처하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앞다퉈 얼굴을 내밀다 국회에 진출했던 이들이 이젠 기자들을 피해 다니기 바쁘다. 위선의 극치다. “예뻐서 그런 건데” “참으면 30년이 편해”라며 박 전 시장 피해자의 SOS를 무시했던 이들과 하나 다를 바 없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기와 함께 살 보금자리를 마련하거나 집을 늘려 가려던 꿈에 부풀어 있었던 30∼40대는 하룻밤 자고 나면 ‘억 억’하는 소리에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한 후배는 “나보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가 더 걱정”이라며 소주만 들이켠다. 이제 은퇴할 때가 됐거나 이미 뒷방 신세가 된 50∼60대는 수입은 없고 재산이라곤 집 한 채인데 투기꾼 취급받고, 세금 폭탄을 감당할 생각을 하니 속이 터진다. 이러니 이번 주말 다시 광화문에 ‘새로운 촛불’이 켜진다고 한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여당이 더 믿음직하다며 표를 줬던 이들이 왜 이리 변심했을까. 야바위 판에 속은 것이나 다름없다. 애초 문 정권의 실력이 이 정도였는데 코로나 19 국면과 재난기금 등에 가려 실체가 흐려졌기 때문이다. 이제야 문 정권의 진짜 실력이 실체를 드러내는 것뿐이다. 부동산 사태가 대표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지역의 25평 아파트 가격 상승을 역대 정권별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노무현 정권 때 30번이나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가격으로는 3억7000만 원, 증가율로는 94%가 뛰었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미안하다”며 사과는 했다. 그런데 문 정권 3년 동안 집값은 4억5000만 원이나 올랐고 증가율은 53%에 달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매년 5000만 원씩 9년을 모아야 인상분을 채울 수 있다. 저축해서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꿈을 뺏어갔는데도 문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 없다.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당·정·청 고위인사들이 중구난방 한마디씩 거드는 것을 보면 확실히 레임덕이 오긴 온 모양이다. 여당이 세종시 천도론을 들고나오니 이번엔 세종시 아파트 값이 하루아침에 1억 원 이상 올랐다고 한다. 집값 올리는 기술은 ‘K-집값’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인사문제도 강남에 집이 두 채인데도 처분하지 않은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교체한다는 얘기가 나오다가, 집을 한 채 팔겠다고 하니 유임시킨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민정수석이란 자리가 강남 아파트 한 채 정도 무게밖에 안 된다는 것인가. 부동산 정책을 22번이나 발표했는데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국토교통부 장관, ‘금융·부동산 분리론’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국회의원의 질의엔 “그래서 어쨌다는 겁니까”라고 고함치는 법무부 장관은 놀랍지도 않다.

차기 대선 주자라고 하는 인사는 불과 이틀 전에 자신의 입으로 내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당헌에 따라 후보를 내면 안 된다고 해놓고 당 대표의 호통에 “주장이 아닌 의견이었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말을 바꿔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조국류(類)’의 군상이다. 5년이 지나가면 정권이 교체되고 주역들은 무대에서 사라지겠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부채와 실패의 상처, 쓰레기는 모두 국민의 몫이라는 것이 안타깝고 참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