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새 아파트, 전세놓고 대출받는 꼼수 못쓴다

일부 소유자, 건물 등기 전까지 세입자 확인 어려운 점 악용 
작년 5월 규정 변경…하나銀, 헬리오시티 대출 30건 첫 회수

앞으로는 재개발, 재건축된 신축 아파트에 전세를 놓고 주택담보대출도 받는 ‘꼼수’를 더 이상 쓰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금까지 은행은 신축 아파트의 등기가 나오기 전까지 각 세대의 세입자 현황을 알 길이 없었다. 이 사실을 악용한 일부 집주인은 집에 묶이는 돈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도 받고 전세입자도 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하나은행에서 신축 아파트의 등기가 나오기 전에 세입자 현황을 확인해 대출을 회수한 사례가 나왔다.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 대출을 받으면 은행이 바로 확인해서 대출을 회수할 길이 생겼다는 뜻이다. 은행의 회수조치에 응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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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전세입자도 들인 집주인에게 은행이 대출금 회수요청을 한 사례가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단지에서 나왔다./조선DB
◇하나銀, 헬리오시티 600건 잔금대출 중 30건 회수 조치

28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하나은행 헬리오시티 지점은 지난해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9510세대의 송파 헬리오시티 단지 내 일부 대출 건에 대한 회수 조치를 진행했다. 하나은행은 헬리오시티 단지 집주인을 대상으로 약 600건의 대출을 진행했는데, 이중 30건의 대출에서 1순위 자격 유지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에 실거주를 하겠다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도 전세입자를 들인 것이다.

하나은행은 부적격 대출 30건 중 17건에 대한 대출회수를 완료하고, 남은 13건의 대출도 회수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대출자가 은행 측의 대출 회수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은행은 대출 상환기간을 임의로 줄이거나, 최악의 경우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도 있다.

헬리오시티는 9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라 입주할 당시 국민·우리·하나·신한 등 4대 시중은행이 모두 대출을 진행했고, 이 중 대출을 회수한 사례는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하나은행은 다른 은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잔금대출을 진행했기 때문에 발 빠르게 회수조치를 할 수 있었다.

◇온전한 채권자 지위로 등기 전 세입자 확인 

하나은행이 다른 은행과 달리 ‘꼼수 대출’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건물 등기가 나오기 전에 전입세대 열람을 할 수 있는 ‘온전한 채권자’ 위치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재건축으로 새 아파트가 지어지면 건물 등기가 나올 때까지 짧으면 수개월, 길면 수년이 걸린다. 이 기간에 은행은 토지 등기에 대해서만 근저당설정을 하는 ‘반쪽 채권자’ 지위를 가졌다. 이 때문에 동사무소를 가도 전입세대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칠 수 없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신축 아파트의 등기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동사무소를 찾아가 대출을 내준 주택의 전입세대를 확인하고, 대출받은 사람이 전입했는지를 확인했다. 만약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주인이 전입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전입돼 있다면 은행은 바로 대출을 회수했다. 시중은행은 1순위 자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전세입자가 있는 아파트엔 주택담보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하나은행은 등기가 나오기 전에 완전한 채권자의 지위를 갖추는 방안을 마련했다. 2018년 5월 29일에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등기 규칙’의 제5조 이전고시에 따른 등기신청 3항’에 주목한 것이다. 이 조항은 정비구역 내 아파트와 토지에 설정된 저당권은 재건축 후 새 아파트와 그 토지에 대해서도 저당권리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여준석 하나은행 헬리오시티지점 차장은 "이 규정을 보면 굳이 건물에 대한 등기가 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옛날 토지와 주택에 근저당설정을 해서 완전한 채권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췄다"고 했다. 완전한 채권자의 지위로 동사무소에 전입세대 열람을 했더니 대출을 받은 집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주택에 입주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존 아파트에도 ‘대출 + 전세’ 사례 많아 

헬리오시티 단지의 대출 회수는 신축 아파트의 사례지만, 기존 아파트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전세입자도 들이는 경우도 있다. 주택 매수자가 먼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세입자는 후순위가 되는 것을 조건으로 전세금을 낮게 해주는 식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매수자는 투입 자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매가격 10억원, 전세 5억원짜리 집을 구매할 경우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4억원을 받고, 전세입자를 2억원에 들이는 식이다. 집은 매수하고 싶은데 대출이 막혀 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 나온 꼼수다. 

일부 공인중개사는 집 주인과 전세입자가 합의하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집 주인의 재정에 문제가 생기면 세입자는 최악의 경우 전세금을 날릴 수 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집값이 강세인 요즘에는 세입자가 은행보다 후순위라도 전세금을 날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은 언제 바뀔 지 모르니 세입자에게는 위험한 계약"이라고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세대 주택인 경우 시중은행이 전입세대 열람을 100% 하지만, 아파트는 전체 대출건에 대한 전입세대 열람을 하지 않고 몇몇 샘플만 뽑아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이런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 확인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